슬픔의 위치 - 신영복 슬픔의 위치 - 신영복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암송 추천시 2012.10.09
소리 공사 - 정진숙 소리 공사 - 정진숙 굴착기 기사인 우리 아빠 드르릉 드르릉 드르릉 소리로 땅을 파고 소리로 허물고 소리로 세운다. 밤에도 하루 종일 몰고 다닌 소리를 놓지 못해 드르릉 드르릉 소리로 잠잔다. 꿈에서도 드르릉 드르릉 새 집 짓고 새 길 내고 소리로 공사하나 보다. 암송 추천시 2012.10.08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번역: 이정범, 경북대 의대 교수)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녘에는 바람을 놓아주소서.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하명하여 주시고, 남국의 날씨를 이틀만 재촉하여 주시고, 마지막 .. 암송 추천시 2012.10.03
가을의 소원 - 안도현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암송 추천시 2012.10.02
담쟁이넝쿨 - 서재환 담쟁이넝쿨 - 서재환 호기심 하나 쏘옥 목을 내밀고 호기심 또 하나 길게 팔을 뻗는다. 자꾸만 자꾸만 기어올라가 기어이 엿보고 싶어하는 담쟁이넝쿨. 2층 창문에 턱걸이하고 몰래 들여다보다 다시 3층 창문으로 살살 기어오른다. 담벼락 하나 가득 담쟁이넝쿨들의 파릇한 호기심 여행길.. 암송 추천시 2012.09.27
지금은 공사 중 - 박선미 지금은 공사 중 - 박선미 어제는 정말 미안해 별것 아닌 일로 너한테 화를 내고 심술부렸지? 조금만 기다려 줘 지금 내 마음은 공사 중이거든 툭하면 물이 새는 수도관도 고치고 얼룩얼룩 칠이 벗겨진 벽에 페인트칠도 다시 하고 모퉁이 빈터에는 예쁜 꽃나무도 심고 있거든 공사가 끝날 .. 암송 추천시 2012.09.26
나팔꽃 - 박선미 나팔꽃 - 박선미 아무도 살지 않는 빈터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눈썹 찌푸린 철조망 양팔 벌리고 보초 서 있다. 꼬물꼬물 살금살금 아무도 모르게 초록 손 뻗어가더니 어느 날 아침 분홍 나팔꽃 한 송이 철조망 너머로 고개 내밀었다. 무서운 철조망도 꼼짝 못하고 웃고 말았다. 분홍빛.. 암송 추천시 2012.09.25
홀로움 - 황동규 홀로움 - 황동규 시작이 있을 뿐 끝이 따로 없는 것을 꿈이라 불렀던가? 작은 강물 언제 바다에 닿았는지 저녁 안개 걷히고 그냥 빈 뻘 물새들의 형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끝이 따로 없는. 누군가 조용히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 하늘가에 별이 하나 돋는다. 별이 말하기 시작했다. 암송 추천시 2012.09.22
농부 - 정갑숙 농부 - 정갑숙 밤낮 근심을 들고 있다 모 가뭄에 잎 말라갈까 벼 홍수에 뿌리 휩쓸려 갈까 농부는 농작물 근심 내려놓지 않는다 밤낮 걱정을 들고 있다 동생 김치 가뭄에 몸 쓰러질까 내 게임 홍수에 정신 휩쓸려갈까 엄마는 우리들 걱정 내려놓지 않는다. 암송 추천시 201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