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어 - 김선화 숲에 들어 - 김선화 함박눈 미사포를 쓴 나무에게 배웠네 하늘 향해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을 안으로 아픈 기억을 다스리고 있음을 사나운 비바람에 꺾이며 떨던 시간 인고를 새기던 가나긴 발자국이 옹이진 상처였음이 눈으로 만져지네 화장을 지우고 엉킨 마음 나도 비우니 하늘에 기.. 암송 추천시 2012.08.30
강가에서 - 김용택 강가에서 - 김용택 강가에서 세월이 많이 흘러 세상에 이르고 싶은 강물은 더욱 깊어지고 산그림자 또한 물 깊이 그윽하니 사소한 것들이 아름다워지리라 어느 날엔가 그 어느 날엔가는 떠난 것들과 죽은 것들이 이 강가에 돌아와 물을 따르며 편안히 쉬리라 암송 추천시 2012.08.29
여백 - 조창환 여백 - 조창환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홍시 몇 알 푸른 하늘에서 마른번개를 맞고 있다 새들이 다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눈부신 적멸만이 바다보다 깊다 저런 기다림은 옥양목 빛이다 이 차갑고 명징한 여백 앞에서는 천사들도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암송 추천시 2012.08.27
백자 - 허영자 백자 - 허영자 불길 속에 머리칼 풀면 사내를 호리는 야차 같은 계집 그 불길 다스려 다스려 슬프도록 소슬한 몸은 헌신하옵신 관음보살님 - 이조항아리 암송 추천시 2012.08.25
나에게 - 시바타 도요 나에게 - 시바타 도요 뚝 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생겨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힘차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쏟아버려 자, 새 찻잔에 커피를 마시자 암송 추천시 2012.08.23
배롱나무 - 안상학 배롱나무 - 안상학 겨우내 옷을 벗고 견디는 나무가 있다. 건드리면 툭툭 삭정이처럼 내려 앉을 것 같은 나무 추울수록 맨몸이 도드라져 보이는 배롱나무 한겨울 맨몸으로 견딜수록 뜨거운 여름내 휘늘어지지 않고 오히려 꼿꼿하게 꽃으로 붉게 붉게 사는 나무가 있다. 암송 추천시 2012.08.21
초저녁 - 이학영 초저녁 - 이학영 내 아이가 잠들어 있다 작은 허리 구부리고 돈부콩처럼 잠들어 있다 서녘 하늘에 초승달이 눈을 뜨며 옥양목 홑이불을 덮어준다 귀뚜라미도 따라 잠들었나보다. 암송 추천시 2012.08.17
촛불 하나 밝혀둡니다 - 고성기 촛불 하나 밝혀둡니다 - 고성기 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의자를 비워두듯 오늘은 가슴 한복판 촛불 하나 밝혀 둡니다 그 사람 있다는 것만으로 이 세상 꽉 차니까요 암송 추천시 2012.08.13
산책 - 홍해리 산책 - 홍해리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다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길은 길을 따라 자연경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암송 추천시 201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