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번역: 이정범, 경북대 의대 교수)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녘에는 바람을 놓아주소서.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하명하여 주시고,
남국의 날씨를 이틀만 재촉하여 주시고, 마지막 남은 단맛이
포도주로 담뿍 고이게 하소서.
집 없는 사람은 다시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이제 고독한 사람은 오래오래 고독을 누릴 것입니다.
밤을 밝혀 책을 읽고, 긴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잎이 휘날리는 날에는
불안에 떨며 가로수 길을 마냥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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