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 한미영 식혜 - 한미영 엿기름물에 잠긴 밥알들이 속속들이 몸을 삭히고 있다 저 편안한 소멸의 풍경 나도 잘 삭혀진 밥알로 가볍게 세상 속을 떠다니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 한켠에 잘 발효된 한 그릇 시원한 식혜로 남고 싶다 암송 추천시 2012.05.30
'문득'이라는 말 - 박창기 ‘문득’이라는 말 - 박창기 ‘문득’이라는 말 나 참 좋아한다 삶의 어느 한순간 침체된 영혼의 채찍으로 날아드는 활력소 같은 그 말 건망증이 심한 내게 이것이야말로 생명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리운 그 무엇이 느닷없이 살아나서는 벌침 쏘듯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 그래’ .. 암송 추천시 2012.05.29
나무에게 미안하다 - 정일근 나무에게 미안하다 - 정일근 들어와 살려고 마련한 빈 집터에 감나무 두 그루 뿌리 내려 살고 있는데 초겨울 까치밥 달고 이웃해서 살고 있는데 아내의 밑그림에는 한 그루만 필요한지 어느 감나무를 베어낼까 묻는다 나무가 다 듣고 있는데 나에게 묻는다 우리 모두 이 지구별에 세들어 .. 암송 추천시 2012.05.25
정자나무가 되어 - 전숙 정자나무가 되어 - 전숙 모두가 내 그늘에서 쉬어가길 바랐다 머리 희끗해진 겨울산에서 발밑을 바라보니 오히려 내가 누군가의 등을 딛고 서있었다. 암송 추천시 2012.05.22
늦은 저녁에 - 양정자 늦은 저녁에 - 양정자 직장에서 돌아와 피곤해 지쳐 저녁밥도 못 먹고 쓰러져 잠만 잤네 놀라 깨어 일어나 보니 밤9시 식구들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집 안은 늪처럼 괴괴한데 모래 씹듯 홀로 저녁밥을 먹고 며칠째 하지 못한 집 안 청소를 하는데 마룻바닥에 웬 개미 한 마리 집채만.. 암송 추천시 2012.05.19
아침 - 오세영 아침 - 오세영 아침은 참새들의 휘파람소리로 온다. 천상에서 내리는 햇빛이 새 날의 커튼을 올리고 지상은 은총에 눈뜨는 시간 아침은 비상의 나래를 준비하는 저 신들의 금관악기 경쾌한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암송 추천시 2012.05.18
노을 - 김광규 노을 - 김광규 아마도 중년은 넘었을 나이 점퍼를 걸친 아저씨와 몸뻬를 입은 아줌마 저수지 물가의 느티나무 아래 앉아서 저녁노을 바라본다 그들의 뒷모습 차츰 흐려져 마침내 그 자리에 어둠이 내릴 때까지 암송 추천시 2012.05.16
신문지 밥상 - 정일근 신문지 밥상 - 정일근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 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따뜻한 밥은 사람을 .. 암송 추천시 2012.05.15
샘이 깊은 물 - 전숙 샘이 깊은 물 - 전숙 오늘 날씨 어쩌겄능가 아침뉴스에 비온다드만 하이고, 관상대도 거짓말 잘하드만 믿을 수가 있어야제 와따, 무슨 말을 그리하는감 우리도 아침에 묵은 맘이 저녁이면 달라지는디 아무리 관상을 잘 보는 관상대라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을 어찌 붙들고 뜬구름의 마음을.. 암송 추천시 2012.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