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칭찬 - 배정순 고추밭이 사라졌다 밭둑길이 무너졌다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넘어졌다 포크레인 공룡이 땅을 공격한다 덤프트럭 거구가 흙을 납치한다 여기는 아파트 공사장 장하다, 민들레야! 넘어지면서도 꽃송이 맺었구나 강아지풀, 너도 잡은 흙 놓지 않았구나. 암송 추천시 2012.04.20
삼학년 - 박성우 삼학년 -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 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암송 추천시 2012.04.19
방문객 - 정현종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 암송 추천시 2012.04.16
풍경 달다 - 정호승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암송 추천시 2012.04.14
빨래집게 - 민현숙 빨래집게 - 민현숙 한번 입에 물면 놓아주지 않는다. 개구쟁이 바람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져도 꽉 문 빨래 놓지 않는다. 조그만 게 고 조그만 게 덩치 큰 바람을 이긴다. 암송 추천시 2012.04.11
붉은 꽃 - 정희성 붉은 꽃 - 정희성 어디쯤일까 어디쯤일까 그리움 가는 길에 발돋음하고 누구를 향한 마음에 이렇게 몸부림쳐 붉은 꽃일까 먼발치로 사라지는 세월을 두고 한세상 마당귀에 불을 지르네 암송 추천시 2012.04.10
긴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 - 이화은 긴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 - 이화은 밤새워 비 내리고 아침 둥글레 순 그 오래 묵은 새촉이 불쑥 뛰쳐나왔습니다 올봄도 온 우주의 대답이 이렇듯 간단명료합니다 암송 추천시 2012.04.09
눈동자 - 이시영 눈동자 - 이시영 인도 여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의 깊은 곳에서 걸어나온 영혼을 만난 것 같다 그리고 머릿속으론 갠지스 강물이 마구 출렁인다 암송 추천시 201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