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향기 어느 향기 - 이시영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는 매서운 겨울 내내 은은한 솔향기 천 리 밖까지 내쏘아 주거늘 잘 익은 이 세상의 사람 하나는 무릎 꿇고 그 향기를 하늘에 받았다가 꽃 피고 비 오는 날 뼛속까지 마음 시린 이들에게 고루고루 나눠 주고 있나니 암송 추천시 2012.03.06
겁나게와 잉 사이 겁나게와 잉 사이 -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 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구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 암송 추천시 2012.02.29
쉼 - 김광규 쉼 - 김광규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삶은 끊임없는 연속입니다 쉴 새 없이 뛰는 심장 숨 쉬는 허파 가슴속에 품은 사랑도 그렇지 않은가요 산책을 하다가 피곤하면 길가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듯이 우리의 삶도 사랑도 그렇게 가끔 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암송 추천시 2012.02.27
바다 3 - 이도윤 바다 3 - 이도윤 썩지 않기 위해 제 몸에 소금을 뿌리고 움직이는 바다를 보아라 잠들어 죽지 않기 위해 제 머리를 바위에 부딪히고 출렁이는 바다를 보아라 그런 자만이 마침내 뜨거운 해를 낳는다 암송 추천시 2012.02.24
탑 - 오탁번 탑 - 오탁번 원서원 연못가에 삼층 석탑을 모셔다 세웠다 시집간 딸이 와서 보더니 탑이 너무 예쁘다면서 물었다 - 아빠, 이 탑 어디서 났어? 석탑에 비낀 노을을 보며 내가 말했다 - 며칠 전 천둥 번개가 치고 무지개가 솟더니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졌단다 - 엥? 딸이 눈을 동그랗.. 암송 추천시 2012.02.03
저녁 범종소리 - 최승호 저녁 범종소리 - 최승호 바람 자는 숲속 길을 걷다가 문득 범종소리를 들었다. 살아갈수록 멀어지는 진심이 내 안에도 진흙 속의 푸른 하늘처럼 펼쳐져 있음을 일깨우는 저 범종소리에, 이미 대나무며 상수리나무들은 다 깨달아 별스런 일도 없는데, 오직 나 하나만 우둔한 먹통으.. 암송 추천시 2012.02.01
장편 2 - 김종삼 掌篇(장편)·2 - 김종삼 조선 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 변 10전 균일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암송 추천시 201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