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서정춘 첫사랑 - 서정춘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뜨려 준 눈깔 사탕 춘봉이 빨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 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암송 추천시 2012.03.31
견딘다는 것 - 함진원 견딘다는 것 - 함진원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가슴 서늘한 미루나무, 그렁그렁 눈물 머금은 초승달, 엄마 잃은 괭이갈매기, 또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눈 맞고 서 있다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물은 물대로 땅은 땅대.. 암송 추천시 2012.03.26
그때, 바로 그때 그때, 바로 그때 - 최일화 회한이 저녁놀처럼 가득할 때 낮술에 혼자 취하고 싶을 때 출근도 하지 않고 늦잠이나 자다가 엄마 무덤에로나 달려가고 싶을 때 불현듯 어린 시절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져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 몇 곡 흥얼거릴 때 묵직한 통증을 안고 왼종일 눈코 뜰 새도 없.. 암송 추천시 2012.03.24
새봄을 위해 - 조오복 새봄을 위해 - 조오복 (시암송반 회원) 인부들이 과수원에서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가위를 댈 때마다 사정없이 잘려나가는 가지들, 아찔하다 내 사지가 잘리는 듯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아파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잠시 흔들리는 마음 곧추 세우고 천천히 들여다 본 무성한 내 가지들에 붙.. 암송 추천시 2012.03.21
날마다 새롭게 - 김형영 날마다 새롭게 - 김형영 나무들의 대성당에서 아침마다 새들은 노래한다. 밤새 내려온 이슬방울은 하늘의 눈망울을 깜박거리고, 바람은 마냥 흔들 불어 아침을 연다. 그래, 오늘도 또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맑은 공기로 가슴 부풀려 세상을 떠도는 거다. 어젯밤 꾼 꿈을 찾아보는 .. 암송 추천시 2012.03.20
하나 - 권서각 하나 - 권서각 모두들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 무료히 내가 가진 것 손꼽아 헤어본다 몸 눕힐 방 한 칸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살 가릴 옷 한 벌 등에 가방 하나 가방에 시집 한 권 주머니에 동전 하나 처마 밑에 지팡이 하나 하늘에 내 별 하나 이따금 옆구리 결리는 옛사랑의 기억 하나 하.. 암송 추천시 2012.03.16
행복 - 천상병 행복 -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함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 암송 추천시 2012.03.15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 암송 추천시 201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