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박재삼 12월 - 박재삼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거라 암송 추천시 2013.12.04
보얀 불빛 - 김상옥 보얀 불빛 - 김상옥 보오얗게 새어나온 저 불빛 정답고나 창살에 어리는 실루엣 내 살아온 한 장면 어디나 좀 안기고 싶은 아 허전함도 복되다. 암송 추천시 2013.11.28
행복 - 시바타 도요 행복 - 시바타 도요 이번 주는 간호사가 목욕을 도와주었습니다 아들의 감기가 나아 둘이서 카레를 먹었습니다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인가요 손거울 속의 나 환히 빛이 납니다 암송 추천시 2013.11.20
구석참 - 범대순 구석참 - 범대순 방 가운데 이야기꽃이 피는데 등잔불 뒤에 구석참 한 사람 무등산 야생화처럼 숨어서 웃고 있다 세상일 넘치고 할 말 어찌 없으랴 산에 고개 많고 강에 굽이 많고 숲을 보라는 말 바다를 보라는 말 푸짐한 말잔치 낄 틈 없지 않으련만 그대로 구석에 앉아 그 사람 그저 웃.. 암송 추천시 2013.11.14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암송 추천시 2013.11.12
빈그릇 - 유영숙 빈 그릇 - 유영숙 (Y 시회원) 채우려 채우려 채워지지 않는 빈 그릇 무엇이 이토록 옭아맬까 안타까움으로 쓰러지려하네 깊숙이 뿌리내릴 보배로운 나의 꿈나무들 살며시 다가와 소리 없이 일깨우며 텅 빈 그릇 채워주네 암송 추천시 2013.10.29
미리 쓰는 유서 - 이해인 미리 쓰는 유서 - 이해인 소나무 가득한 솔숲에 솔방울 묻듯이 나를 묻어주세요 묘비엔 관례대로 언제 태어나고 언제 수녀가 되고 언제 죽었는가 단 세 마디로 요약이 될 삶이지만 ‘민들레의 영토’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남은 이들 마음속에 기억되길 바랍니다 영정 사진은 너무 엄숙.. 암송 추천시 2013.10.26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 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 암송 추천시 2013.10.22
대추와 꿀벌 - 박경리 대추와 꿀벌- 박경리(1926∼2008) 대추를 줍다가 머리 대추에 처박고 죽은 꿀벌 한 마리 보았다 단맛에 끌려 파고들다 질식을 했을까 삶과 죽음의 여실(如實)한 한 자리 손바닥에 올려놓은 대추 한 알 꿀벌 반 대추 반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 암송 추천시 201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