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암송 추천시 2013.09.02
따뜻한 책 - 이기철 따뜻한 책 - 이기철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지날 때 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 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 줄게 내 위에 앉아라 우리 눈이 .. 암송 추천시 2013.08.30
가족수련회 - 유양업(야나) 가족수련회 - 유양업 (야나) 해마다 찾아가는 뵈뵈 뜰 잔디는 예쁘게 융단 깔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서로 서로 얼싸 안네 옥수수 따 쪄 간식 먹고 깻잎 향기 맡으며 빨강고추 파랑고추 고루 고루 나눠 갖네 피아노 연주소리 쇼팽향기 가득하니 산새들 나무에서 지지배배 열창하고 매미.. 암송 추천시 2013.08.23
달걀도 사랑해 - 김민정 달걀도 사랑해 - 김민정 우리 서로 어깨와 어깨를 기대요 딱딱은 안 돼요, 톡톡만 괜찮아요 우리 서로 심장과 심장을 맞대요 꽝꽝은 안 돼요, 콩콩만 괜찮아요 우리 서로 볼과 볼을 비벼요 싹싹은 안 돼요, 살살만 괜찮아요 그러니까 왜 이리 조심이냐고요? 깨지니까! 암송 추천시 2013.08.19
오늘을 - 김후란 오늘을 - 김후란 높게 더욱 높게 낮게 더욱 낮게 남길 것은 남기고 구기지 않게 잊을 것은 잊고 시들지 않게 버릴 것은 버리고 쌓이지 않게 나를 세우고 너를 세우고 세상을 바르게 뜨겁고 아프게. 암송 추천시 2013.07.25
연기 - 브레히트 연기 - 브레히트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김광규 옮김) 암송 추천시 2013.07.15
추억 - 김규동 추억 - 김규동 아내의 결혼반지를 팔아 첫 시집을 낸 지 쉰해 가깝도록 그 빚을 갚지 못했다 시집이 팔리는 대로 수금을 해서는 박인환이랑 수영이랑 함께 술을 마셔버렸다 거짓말쟁이에게도 때로 눈물은 있다 암송 추천시 2013.07.08
비에도 그림자가 - 나희덕 비에도 그림자가 - 나희덕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암송 추천시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