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작가와의 만남
제5회 작가와의 만남은 광주에서 활동하시는 강만 시인을 모셨다. 강 시인은 광주 출생으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미술교사를 하신 분이다. 나중엔 교장으로 퇴임하셨다. 문단 데뷔는 늦었지만 열정적으로 시를 써서 몇 권의 시집도 내셨고 여러 문학상도 수상하셨다. 얼마 전엔 광주서구문화원장으로 취임해서 광주 문화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계신다.
나는 지난 해 한 지인의 소개로 몇 번 식사를 나누면서 강 시인이 권위적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소탈하고 겸허한 분으로 느껴졌다. 식사 간간히 들려주시는 시에 대한 얘기가 재미있었고 퍽 도움이 되는 듯싶어서 기회가 되면 우리의 <작가와의 만남>에 초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연단에 선 선생님은 먼저 오래 전 내가 시암송반에서 소개한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라는 당신의 시에 대해 언급하셨다. 이 시는 환갑 넘어 썼다고 하며 시작(詩作) 동기를 말씀하셨다. 나이가 들면 뒷짐을 지게 되고 용도폐기가 된 것이 아닌가 하여 서글퍼지고 의욕상실을 할 수 있는데, 역(逆)으로 나이 들어서 좋고 편안한 점들을 더듬어 써 보게 되었다고 하셨다. 나이가 들면 젊은이들이 갖지 못하는 지혜를 가질 수 있고, 추억을 반추해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던 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엔 니체의 말을 빌려 시인은 광인과 연인처럼 비이성적, 비과학적, 비논리적인 특색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시암송반 회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하며, 어르신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밌는 일보다 시와 같은 지적(知的)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셨다. 시암송반에서 ‘언어의 고급유희’인 시를 공부하는 것은 시가 재밌다고 하는 생각이 무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거라는 지적도 덧붙이셨다.
미술에 재능을 보인 강 시인은 학생시절 시를 좋아하는 첫사랑 여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밤낮없이 편지를 쓰고 글공부를 하며 자신의 문학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른 한 편, 운 좋게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인 송수권 선생과 한 학교에 근무하면서 그분의 지도를 받았던 게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다. 자신의 경험을 들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며 만남의 의미를 강조하셨다.
시작(詩作)의 연륜이 깊어질수록 요즘 젊은 시인들이 즐겨 쓰는 현란한 이미지 보다는 “의미있는 내용을 짧게 쓰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셨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가셔서인지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암송반 회원님들도 재미있게 들어주신 듯해서 흡족한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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