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 후포에서
-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 신경림/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문학예술’에 ‘갈대’ 등으로 등단. 시집으로 ‘농무’ ‘뿔’ 등이 있음.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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