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색깔은 말이다 (박종국)

日日新 2009. 8. 27. 22:13

색깔은 말이다


- 박종국



색깔 만드는 게 직업인 나는

먹고사는 일도 색깔에 기댑니다

나는 색깔 만들고

색깔은 내가 사는 길 내어줍니다

만들 때마다 제 마음 들려줍니다

검정색 만들 때는

모든 파장 받아들이는 대덕(大德)

어머니 마음 들려주고

흰색은 모든 파장 반사하는

어린아이 눈동자 같은 마음 들려주고

파랑은 꿈속 이야기

노랑은 나만의 행복한 마음

보라색은 고통을 견디는 방법 들려줍니다

색깔 만들 때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언을 듣습니다

내가 듣는 자연의 말입니다

색깔 속에는 내 생이 들어 있어


사람보다 사람같이 말하는

색깔들의 말을 듣습니다


*박종국/ 충북 괴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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