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노 목사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분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의 명문대학들에서 학사(사회학), 석사, 박사를 마치고 광주의 한 대학에서 20년 가까이 교수로 지내다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신 분이다. 설교가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어 보인다.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고를 보지 않고 설교 때마다 외워서 하신다. 한두 번이라면 몰라도 매번 이렇게 하기란 범인(凡人)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이 공부한 분인데도 그의 말씀엔 겸손이 묻어 있다. 가지런한 하얀 치아를 드러내보이며 웃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놓이고 ‘은혜’가 되는 얼굴이다.
노 목사님은 거의 매주 주보에 시 한 편을 싣고 예배 마치기 전에 성도들과 함께 낭독한다. 예배 중에 이렇게 하는 분은 여태껏 보지 못했다. 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훌륭하게 보이는 목사님의 시사랑에 시암송운동을 하는 나는 무척 고무된다. 지난 주 주보엔 이런 시가 실렸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그리고 목사님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바로, 지금, 나부터, 조금씩 변화하면 세상은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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