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대고 싶은 시인 정호승
몇 주 전(2009/6/7)에 정호승 시인이 광주에 왔다. 송광사 광주 포교당인 원각사에서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의 초대손님으로 온 것이다. 난 오래 전부터 흠모해오던 시인의 육성을 듣게 되어 기대에 부풀었다. 강연장엔 300여 명의 시민들이 빼곡이 자리를 메웠다. 사찰에서 이런 멋진 문화행사를 기획하다니! 스님들의 문화사랑과 열린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소개를 받고 시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작은 키에 반듯한 이마가 단아한 인상을 주었다. 듣기 좋은 차분한 말씨와 입가에 머무는 잔잔한 미소도 좋았다. 마음을 기대고 싶은 형같다고나 할까. 시인은 “위안 받고 싶어서 시를 쓴다”고 하였다. “누가 내 시를 읽고 위안을 얻는다면 기쁨을 느낀다” 고 하며 시의 ‘위로의 기능’을 돋보이게 했다. “시는 사람을 성찰하게 한다” 는 그의 말도 내 생각과 같아서 좋았다.
그는 자작시 몇 편을 소개하며 시작(詩作) 동기를 말해주었다. 소개된 시 중엔 내가 즐겨 외우고 있는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 들어있어서 반가웠다. 시쓰기에 대해선 “생각을 시의 그릇에 옮기면 시가 된다”고 단순명쾌하게 설명했다. 강연 중간 중간 광주의 민중가수 두 분(‘직녀에게’ 작곡자 박문옥, ‘바위섬’가수 김원중)이 정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불러주웠다. 분위기가 더욱 따뜻해지고 환해졌다. 시와 노래의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시를 모르고 살아도 상관 없지만 인간다운 삶,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시가 필요하다”고 한 시인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강연 후 시인의 사인을 받았다. 시인은 내가 내민 노란 카드에 이런 글귀를 써주었다. “문길섭 님,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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