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봄의 교향악

日日新 2023. 3. 23. 17:57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詩 칼럼 (2023. 3. 15 발간 예정)

봄의 교향악

2개월의 방학을 보내고 그제 시 모임 다시 갖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트럼펫 연주 영상으로 이은상 시, 박태준 곡 ‘동무 생각’을 감상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의 가사가 모두 아름답습니다. 보통, 시인이 자신의 사연을 담아 작사를 하면 거기에 작곡자가 곡을 붙이는데, 이 노래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가사가 정겹고 곡도 편하게 부를 수 있게 만들어져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마음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성악곡으로는 이은상 시, 홍난파 곡 ‘봄처녀’ (소프라노 김인혜 교수)를 들었습니다.
  
다음엔 내 암송 칼럼집 ‘흔들릴 때마다 시를 외웠다’ 중 처음 부분을 나눴습니다.
  
시에 대한 글로는 부자(富者)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들어 오래 전에 메모해 둔 소설가 백영옥 씨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시란 원래 눈으로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암송에 최적화된 노래에 가까웠다. 소크라테스는 글을 암기해야 제대로 된 지식이라 생각했다.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고 괴로울 때 암송할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만의 좋은 문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자다. 나만의 문장은 안전지대의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다.”
   
테마별 시로는 자연시로 김용택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인정(人情)시로 함민복의 ‘부부’, 깨달음시로는 도종환의 ‘여백(餘白)’을 소개했습니다. 
  
시 ‘여백’에 문태준 시인은 다음과 같은 감상문을 썼습니다. “목덜미께까지 단추를 모조리 채운 윗옷이 있고 열리지 않을 듯 꼭 다문 입술이 있다. 빈틈 빈말이 없다. 미안하지만, 그런 사람은 두꺼운 마분지로 만든 종이상자 같다. 빼곡한 숲처럼 정글처럼 살지 말자. 털어내고 덜어내어 공백을 가슴 속에 만들자. 항아리의 오목한 허공도 좋다. 백지(白紙)여도 좋다. 나의 빈 곳으로 언제든 당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동요로는 우리가 어린 시절 많이 불렀던 윤석중 시, 윤극영 곡 ‘기찻길 옆’과 정여울 소설가의 감상문을 소개했습니다.
  
“동요만이 가진 해맑은, 그러나 끈질긴 감수성이 있다. 우리의 정서적 유전자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서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감정이 북받칠 때 곤경에 빠졌을 때, 자기도 모르게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유명 시인의 시 세 편 감상을 위해서 이번 주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봄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골라 내가 먼저 암송한 후 회원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정호승 시인의 대담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시인은 이 인터뷰에서 등단작과 등단과정, 시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시가 ‘산산조각’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음은 그 시 중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몇 구절입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좋은 동시를 많이 발표해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조오복 님의 ‘봄은 마술사’입니다. 봄의 생동하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봄은 마술사/ 
조오복(1950 ~   )

언 땅에서
새싹 끄집어내고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이파리 매달고

노랑, 분홍, 빨강
꽃튀밥
소리 없이 펑! 펑!

벌, 나비,
구경꾼들 불러 모으는
봄은 인기 짱 마술사.  
(吉)

'시암송칼럼 > 시암송칼럼(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의 시들  (4) 2023.05.19
한 독문학자의 아름다운 삶  (2) 2023.04.23
유언이 담긴 책  (1) 2023.03.23
오탁번 시인을 기리며  (1) 2023.02.26
아름다운 만남  (1) 202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