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생일 축하모임 후기

日日新 2022. 3. 14. 10:19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詩 칼럼 (2022. 3. 16 발간 예정)

생일 축하모임 후기

며칠 전 부산에 사는 큰누나가 광주에 왔습니다. 체류 중에 마침 생일이 들어 있어 우리 가족이 일하는 드맹빌딩 구내식당에서 형제 자매들이 모여 축하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작은형이 축하를 위해 미국 민요 ‘Beautiful Dreamer’를 불렀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제목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이 내 삶의 지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성악가 형수씨는 이태리 민요 ‘O Sole Mio’를 불렀습니다. 둘째 누나는 계절에 어울리는 ‘봄이 오면 (김동환 시, 김동진 곡)’을 불렀습니다. 자리에 함께 한 큰누나의 대학생 외손자는 할머니를 위해 ‘You raise me up’을 불렀습니다. 듣기가 좋은 음성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들이 모임 분위기를 밝고 환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내년에 팔순이 되는 누나를 위해서 노년에 접어든 이들에게 위안과 힘이 되는 성구(聖句) 하나를 우리말과 영어로 암송했습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도다. This is why we do not give up. Though our bodies are dying, our spirits are being renewed every day.” 성구도 시처럼 마음에 많이 담아두면 필요한 곳에 꺼내 쓸 수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인 큰누나는 최근에 감명받은 말을 소개했습니다.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을 역임한 두봉 주교(1929년생, 프랑스 빠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좌우명이었습니다. 소년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닌 신부가 “기쁘게, 떳떳하게”라는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누나는 이 말이 아주 마음에 와 닿았나 봅니다. 이 말대로 “여생을 기쁘게 그리고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 앞에 떳떳하게 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축하를 위한 노래와 덕담이 오간 후에 큰누나는 배우자를 골라야 할 외손자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인생을 많이 살아온 선배들은 각자 품고 있는 생각을 털어놨습니다. 나도 아직 미혼인 아들이 있어 가족의 의견들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형수씨는 ‘믿음이 있는 배우자’가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큰누나는 ‘믿음과 함께 지혜가 있는 여성’을 권했습니다. 둘째 누나는 ‘긍정적인 말과 태도를 가진 여성’을 들었습니다. 매제는 내 여동생처럼 ‘유머가 있는 사람’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작은형은 ‘늘 발전하는 여성’을 꼽았습니다. 정신과전문의인 매형은 ‘안 보면 그립고, 만나면 편한 사람’이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취미가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 텍쥐페리의 명언을 소개했습니다. 참석하진 않았지만 ‘남편이 귀가할 때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아내’에 대한 큰형의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대학 교양국어 교수님이 “어떤 여성이 좋은가” 물으면서 자신은 “분위기가 있는 여성이 좋다”고 한 자문자답도 떠올랐습니다. 모든 얘기들이 배우자 선택을 위한 금언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김종삼 님의 ‘풍경’입니다. 싱그런 거목의 언덕길을 악기를 가진 아이의 손을 쥐고 가는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풍경/ 김종삼 (1921 ~1984)

싱그런 거목들 언덕은/언제나 천천히 가고 있었다// 

나는 누구나 한번 가는 길을/ 어슬렁어슬렁 가고 있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악기를 가진 아이와
손쥐고 가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다
(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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