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로마서 암송 도전과 성취

日日新 2022. 3. 24. 20:25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詩 칼럼 (2022. 3. 30 발간 예정)

로마서 암송 도전과 성취

평소에 시를 비롯한 좋은 문장 암송에 관심이 있던 터라 암송을 많이 한 분을 만나면 반갑고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집니다. 여기선 성경이지만 유학의 사서삼경이나 불경 암송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60대 초반의 여동생이 지난 10개월만에 신약성경에 들어있는 로마서 전체를 외웠다고 하였습니다. 16장 433절을 포함하고 있는 로마서는 사도바울이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보낸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기독교가 말하는 참 구원에 대한 원리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제시한, 성경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생은 이 책의 가치를 알고 있던 터에 미국에 사는 외손자들의 ‘하가’(‘읊조리다‘ 란 뜻)스쿨 프로그램 로마서 암송이 동기부여가 되어 암송을 시작해서 결국 목표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암송을 하던 중 동생은 어느 선교사가 했다는 다음 말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냥 읽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라면 암송은 그 음식을 실제로 먹으면서 맛을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생은 ‘외우는 근육’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운동이 처음 하는 사람에겐 힘든 일이지만 자주 하는 사람에겐 근육이 붙어 요령도 생기면서 점점 수월해지는 것처럼 암송도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암송을 하게 되면 수시로 복습을 하게 되어 말씀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을 자주 그리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동생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마음속 귀한 보물을 간직하게 된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전했더니 가족 친지들이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권사님, 대한민국에 로마서를 다 외운 사람이 글쎄... 보통 일이 아닙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참으로 애쓰셨네요. 축하합니다. 외운 말씀을 음미 또 음미하면서 그 안에 담긴 복음의 내용을 잘 소화하시면 금상첨화이겠네요. 로마서를 이해하고 거기서 얻는 깨달음으로 영광스러운 주의 나라와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도리와 함께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삶의 풍성함을 넘치게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 저도 로마서 8장부터 외워보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선교활동을 한 K목사) 
  
“로마서를 다 읽기도 어려운데 다 외우다니... 이상한 느낌인데 로마서가 쉬워지는 느낌입니다. 친근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새로운 교회의 성장사건입니다.”(‘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의 저자 이무석 교수, 둘째 형부) 

책을 많이 읽고 필력이 뛰어난 수필가 K선생은 “대단한 분이시군요.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군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에 끌리는 마음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한 구절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로마서 8장, 빌립보서 2장만 온전하게 암송하는데... 문은자 권사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용인에 사는 S 시인) “주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일을 한 것에 대해 환호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네.” (대구에 사는 셋째 언니)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박남준 님의 ‘봄 편지’입니다, 아기 이파리를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라고 노래했네요.

봄 편지/ 박남준 (1957 ~  )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섰을까
아장아장 걸어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두빛 봄 편지
(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