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두 어르신의 시집 발간

日日新 2022. 4. 18. 11:49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詩 칼럼 (2022. 4. 13 발간)

두 어르신의 시집 발간

최근에 지인 두 분이 시집을 내셨습니다. 한 분은 서구에 사시는 서금자 님, 다른 한 분은 진도의 장애인 문학반에서 글 공부를 하고 계시는 박기순 님입니다. 
  
먼저 서금자 님의 시집 ‘어머니와 고향’을 읽은 소감입니다. 서금자 님은 내가 오래 전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시암송반을 맡고 있을 때 시인인 따님의 소개로 회원이 되어 열심히 시를 공부하고 100여 편이 넘는 시를 외우신 분입니다. 낭송도 잘 하셔서 돋보이셨지요. 시는 따님의 권유로 쓰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서금자 님은 고향과 친정어머니에 대한 추억, 어릴 때 여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시집살이에 대한 설움, 암 투병과 극복 과정,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 편안한 임종에 대한 소망, 딸들에 대한 감사와 염려를 시에 담았습니다. 다음은 그 중 한 편입니다. “말 안 해도/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곳// 영산강을 앞에 두고/ 멀리 아름다운 영암 월출산이 보이는 내 고향// 봄이 오면/ 논두렁에 갖가지 나물이 자라서/ 친구들과 같이/ 쑥부쟁이 미나리 쑥/ 많은 나물을 캐/ 집에 오면/ 우리 어머니가 반겨 받아 주었지”(그리운 고향‘ 전문)
  
딸들과 외손녀의 사랑과 존경을 담은 축하글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홀어머니의 막내로 자라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더 배우지 못한 것을 아직도 아쉬워하시는 엄마. 시도 쓰고, 색칠도 하고, 이웃과 나누고, 기도하면서 부디 엄마의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즐겁고 건강하시기를 ‘콩새’가 기도합니다.” (큰딸, 시인 일러스트레이터)
  
“엄마의 시에는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엄마의 인생이 담겨있었습니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 외할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아직도 생생한 고향의 향기, 삶의 고단함과 행복이 그려져 있었고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둘째 딸, 치과 의사) 

“우리 멋진 금자 할머니! 이렇게 여러 편의 예쁜 시를 써 내는 할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저도 최근에 글을 쓰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그중 가장 쓰고 싶은 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에요. 우리 할머니 최고!” (외손녀, 의대생)
  
다음엔 박기순 님의 시집 ’내 고향 진도다‘에 대한 소감입니다. 박기순 님은 이강남 선생님의 수필집 ‘설렘’ 머리글에 실린 시 덕분에 알게 된 분입니다. 수필집 출간 후 이 선생님과 함께 박기순 님 댁을 찾아가서 내외분을 뵙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소박한 시골집 거실 책상 위엔 성경책과 필사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수줍게 내놓으신 글과 시를 보고 불현듯 시집으로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그 뜻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박기순 님의 시들도 소소한 일상에서 경험한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잔잔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정식 출판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쓴 글과 시를 모아 문집으로 남기면 의미있는 유산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 회원 주옥련 님이 “노트에 써 놓은 글과 책으로 묶인 책은 평상복과 예복의 차이 같다”라고 한 말씀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이시영 님의 조춘(早春)입니다. 찬란한 봄을 머금고 있는 개나리 한 뿌리를 보고 희망을 노래한 화자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조춘/ 이시영 (1949 ~  )

이 세상이 그렇게 빨리 망하진 않을 것 같다/
언 땅속에서 개나리 한 뿌리가 저렇게 찬란한 봄을 머금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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