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독립운동가를 기린 시들

日日新 2022. 1. 23. 14:07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詩 칼럼 


독립운동가를 기린 시들

최근에 한 문학잡지에서 독립운동가를 기린 시들을 만났습니다. 김상옥, 나철, 백정기, 신돌석, 안경신, 안중근, 안창호, 여운형, 이상화, 이육사, 주세죽, 최인걸 등의 인물들이 시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처음 대하는 이름, 이름은 들었지만 그의 구체적 삶이 어땠는지는 모르는 이름, 어느 정도 생애를 알고 있는 이름이 섞여 있었습니다. 시를 통해서 낯익은 애국자의 모습을 더듬어 봅니다.
  
먼저 안창호 선생에 대한 김창규 시인의 시입니다.
  “하와이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과수에서 귤 하나를 정성껏 따는 것이/ 곧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동포들에게 가르쳤다// 샌프란시스코의 봄은 괴롭고/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았지만/ 오직 조선의 미래를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일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신민회를 비밀리에 만들고/ 평양에 대성학교 만들어/ 국권 회복을 도모하고/ 안중근을 도와 이토 히로부미 처단/ 상해 임정을 만들어 무장투쟁 지원/ 블라디보스토크와 북만주 밀산/ 필리핀과 전 세계를 다녔다// 간다 간다 너를 위해/ 내가 가면 아주 가냐/ 조선의 미래를 위해/ 시베리아 만주 벌판/ 나의 몸은 부평초야/ 돌아올 기약도 없이/ 배 타고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야 간다// 조선에 인물이 없다/ 한탄하지 말고 스스로 인물이 되라/ 육십에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조국의 하늘에 서광이 비추고/ 대한의 봄이 온다”
  
도산을 떠올리면 그의 ‘사랑의 나라’에 대한 소망과 진실 정신이 생각납니다. 춘원의 전기에 따르면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이 그가 꿈꾸는 새 민족의 모습이었습니다. 도산공원에 세워져 있는 그의 어록비는 그가 얼마나 거짓을 미워하였는지를 보여 줍니다.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군부(君父)의 원수는 불공대천(不共戴天)이라 했으니 내 평생에 죽어도 다시는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 

작금의 대선판에서 정책대결 대신 상대 진영으로 수없이 증오의 화살들이 날아 들고, 거짓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하늘 나라에서 도산이 얼마나 가슴 아파 하실까 헤아려 봅니다. 
  
다음은 안중근에 대한 정원도 시인의 시입니다.
“(전략) 명성황후를 시해하더니, 을사늑약을 강제하더니/ 헤이그로 밀사를 보내 국권 회복을 시도하던/ 고종황제마저 퇴위시키니/ 대한의 독립주권이 깡그리 침탈당해/ 2천만 의병으로 봉기하는 길밖에 없을 때// 분노와 의기 삼키며/ 북간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12인 단지동맹을 결성한 맹서가/ 마침내 하늘에 가닿았는지// 어떤 날선 혁명보다 예리하게/ 적의 심장을 꿰뚫던 하얼빈역의 그가 아니면/ 누가 제국의 침탈에 의거할 수 있었겠는가!/ 서양 열강들의 식민 침략에 대항하여/ 동양 평화의 비책을 선포한 자가 있더냐!// 그의 몸에 강신한 북두칠성이/ 대륙을 삼키려던 제국의 만행을 저지했네/ 침략의 원흉 이토를 총살로 응징하며 ‘코레아 후라!’/ 하얼빈역발 세 발의 총성이 대한만세를 외쳤네”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서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을 외쳤던 안 의사의 애국심도 생각해 봅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안도현 님의 ‘겨울편지’입니다.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드는 것에서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을 발견한 시인의 시선(視線)이 놀랍습니다. 

겨울 편지/ 안도현 (1961 ~  )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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