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0)

긍정의 삶

日日新 2021. 6. 19. 10:55

소설가 박상우 님의 수필에 하루의 소중함에 대한 구절이 있습니다. “하루를 온전하게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생처럼 오묘하고 우주처럼 방대한 시간의 단위가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헛되게 사는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 경계를 자각하지 못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날마다 되풀이 되는 하루는 인생의 압축이고 축약입니다. 하루를 잘 사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을 잘 사는 것입니다.” 

구상의 ‘오늘’ 이란 시도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이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Y시모임의 K회원(손주를 둔 칠순 가까운 할머니)이 하루의 소중함에 대한 의미있는 단상(斷想)을 보내주었습니다. 
“예전부터 시를 필사(筆寫)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더욱이 요즘같은 시기에 시간은 있으나 외출에 제약을 받다보니 자칫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데 나는 더 값진 하루를 보내는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자(漢字)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알아가는 재미에 마음은 풍성해지고 하루를 보내는 마음 또한 뿌듯하기 그지 없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저 고마울뿐이다.” 

다들 코로나로 지치고 불만에 차 있는 이때 하루 하루의 시간을 선용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모습이 귀하게 보입니다. 며칠 전 내게 보여준 빼곡히 적힌 그분의 한자 연습노트와 단정한 필치로 A4 반 크기의 수첩에 적어 놓은 애송시와 좋은 글귀가 예술품처럼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자녀손들에게 귀한 유산으로 남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시암송을 소개받은 후 10여 년 간 200편 가까이 암송하는 J회원의 메시지도 우리의 부정 에너지를 긍정에너지로 바꾸어줍니다. “저도 언제나 마음을 가다듬고 사는 편이지요. 불편한 일은 멀리, 좋은 것만 생각하기. 그러면서 행복을 찾지요. 늘 감사하는 쪽으로 생각하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천정을 향하여 열 번을 외치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옵니다. 내일은 생각지 않고 오늘의 감사함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글을 전달 받은 교육학자 k교수는 오래 전의 경험담을 소개했습니다. 수업 중 토론 시간에 어떤 학생이 “하루에 백번씩 ‘하나님 감사합니다’ 를 외치니 사는 게 너무 즐겁다”고 한 말이 오래 남아 있고 학생들도 무척 놀라워했다는군요. 긍정 언어의 놀라운 힘을 깨닫게 하는 일화입니다.
  
이번 호 암송 추천시는 이혜선 님의 '코이법칙’입니다. 코이도 우리의 꿈나무도 넓은 곳에선 무한정 커진다는 걸 말해주네요.


코이법칙/ 이혜선 (1950 ~  )

코이라는 비단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센티미터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무등일보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연재한 칼럼 '문길섭의 행복한 시암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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