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겸허하고 향기로운 분

日日新 2009. 9. 2. 20:35

겸허하고 향기로운 분


수도원에 오래 살다 보면 숨어 피는 들꽃처럼 참으로 그 인품이 겸허하고 향기로운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이것만으로도 내겐 큰 기쁨이고 고마운 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ㅎ수녀님은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어떤 모임에 그가 빠져도 유난스레 이름을 불리지도 않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오랫동안 그를 가까이 해온 이들은 곧 그 겸허한 인품에 매료된다. 2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일체 불평을 하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판단을 하지 않고,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앞장서되 일체 잔꾀가 없는 사람, 남을 위해서는 무엇이건 열심히 챙겨주면서도 자기를 위해서는 욕심이 없으며, 다른 이의 이야길 끝까지 잘 들어주는 사람, 남에게 잊혀지길 두려워하지 않으며, 힘에 겨운 일을 당해도 허둥대지 않고 조용히 기도 속에 머무는 그를 나는 늘 본받고 싶다.


먼데 있어도 향기로 말을 건네오는 한그루 동양란처럼 겸손의 덕으로 주위를 넉넉하고 향기롭게 하는 ㅎ수녀님 같은 이들이 더욱 많아지는 세상을 기대하고 꿈꾸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이해인, 수녀 시인) <꽃삽, 샘터>

'좋은글과의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에 가자   (0) 2009.09.11
이문재 시인의 글  (0) 2009.09.04
눈부신 노년  (0) 2009.08.31
마지막 5분  (0) 2009.08.24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0) 200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