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작은 몸짓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언제나 먼저 생각하는 것. 내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 비질을 한 번 더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이 불편할지도 모르니 지하철에서는 다리를 얌전하게 두고, 전화는 작은 목소리로 가능하면 짧게 하는 것.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배려와 공중도덕이 조금은 헷갈린다. 그러나 배려와 공중도덕은 조금 다르다.
공중도덕은 지키지 않으면 비난을 받지만, 배려는 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지는 않는다. 공중도덕은 의무감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배려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마음의 씀씀이다. 하여 배려는 조금은 은근하고 그만큼 시적(詩的)이다. 한층 더 인간의 품격과 맞닿아있다. 그러니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의 작은 몸짓이 있어 세상은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되고, 지구별은 조금 더 빛날 것이다.
시가 진정으로 우리에게 건네려 하는 것 또한 배려가 아닐까 싶을 때가 더러 있다. 나와 함께 존재하는 다른 사람을 위해 가만히 손을 내미는 것, 그리고 나를 향한 다른 사람의 몸짓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아는 것. 덧붙여 그 따스함을 오래오래 기억하는 것. 그러고 보면 배려야말로 인간적인, 참으로 인간적인 몸짓이다. 오직 인간만이 나눌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김상욱, 춘천교대 교수) <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