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인들의 일화

윤형주, 가수

日日新 2013. 7. 10. 21:17

 

 

 

지금부터 25년 전. 내가 만든 몇 곡의 자작곡들이 히트해서 꽤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동주 형님(윤동주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아버님(고 윤영춘 교수) 앞에 앉았다.

 

“동주 형님의 시들을 노래로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실린 윤동주의 시들이 노래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리라는 기대감에 차 있던 내게 아버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거북스러울 만큼의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아버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노래이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음정이 있고 박자가 있다. 너는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선율과 리듬을 깨뜨리려 하느냐.”

 

 

그분의 생각을 이해한 것은 불행히도 한참 후였으나. 이 말씀은 내게 큰 깨우침을 주었고 내가 아직까지 동주 형님의 시를 한 편도 노래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당숙과 조카 사이였으나 함께 일본 유학생활을 하던 중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진 조카 동주의 유해를 안고 현해탄을 건너 고향인 북간도 용정 동산 마루턱에 묻으셨던 아버님에게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 한 편 한 편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하는 것도 후일 깨닫게 되었다. (윤형주,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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