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태준을 제일 좋아해요. 아니 태준이 말이라면 깜빡 죽어요. 생명의 은인이거든요. 어느 날 태준이랑 북한산 중턱에서 해종일 술을 마셨어요. 그때 내가 완전히 취했나 봐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가 이렇게 소리쳤대요. ‘태준아, 잘 봐라. 내가 지금부터 날아오른다. 훨훨 날아갈 거다. 잡지 마라.’
그러고선 냅다 달리기 시작하더래요. 태준이가 겨우 나를 붙잡았는데 둘이 엎어진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였대요. 까딱하면 죽을 뻔했지 뭐예요.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하늘을 날겠다고 그 난리를 쳤으니, 우습죠. (손택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