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인들의 일화

박두진 시인

日日新 2013. 9. 11. 19:05

 

학위논문을 김영랑론으로 정한 것도 박두진 성생님의 뜻이었다. 논문의 구상을 대강 정리하여 드렸더니, 세심하게 자료까지 찾아주시면서 조언해 주시었다. 학위논문이 통과되고, 졸업식을 앞두고서 당시 같이 학위를 받게 된 5명이 의논하여 논문심사를 맡으신 주임교수들에게 인사를 드리기로 하고 20만원씩 걷었다. 그리고 하루 날을 정하여 한 분 한 분 찾아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두진 선생님 댁을 찾아뵈었다. 박 선생님께서 주심으로 논문을 심사하신 것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같이 인사를 드리고, 그 동안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20만 원이 든 촌지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

“그 동안 저희들 때문에 고생하시어, 같이 모금한 조그만 성의입니다.”

“안 되네. 이미 심사료는 학교에서 받았네.”

“그래도 다른 교수님들께서는 다 받으셨는데….”

“이러려면 다시는 내 집에 오지도 말게.”

 

선생님께서 너무 완강하게 거절하시어, 우리는 결국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같이 갔던 동료가 선생님 댁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러시니까, 늘 좋은 시를 쓸 수 있으신 거야. 참 놀라운 선생님이시지.” (공석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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