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장기판 - 이재무
푸른 공기입자들 산개하는 저물녘
공원 정자에 모인 노인들의
자못 심각하고 진지한 장기판
구경꾼에 섞여 어깨 너머로 훔쳐본다
車로 질주하다가 卒로 걷다가
象으로 뛰어넘다가 馬로 달리는
네모칸 속에 펼쳐놓은 생,
갖은 궁리 쥐어짜내고 있는 표정들
그들의 지난날 행보가 저리 마냥 진지했을까
때로 車로 오만 떨다가
象으로 馬로 널뛰다
卒에게 멱살 잡혔던 날도 있었으리라
숨길 줄도 알아야 하지만
나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
때 지나면 소용없는 수처럼
기회 놓치면 만회가 불가능하다
내기를 건 노인들의 가벼운 흥분으로
비 만난 아욱잎처럼
싱싱한 저녁이 더욱 푸르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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