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한 택시기사의 시사랑

日日新 2009. 1. 10. 12:41
 

지난 가을(2008년), 월간지 ‘좋은생각’에서 문정희 시인이 쓴 택시기사에 대한 글을  읽었다. 다른 내용이었으면 무심코 넘어갔을 텐데 시암송 얘기가 나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문시인이 전주의 한 문학행사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행사 팜플랫을 본 기사가 시인이시냐고 묻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김춘수의 <꽃>과 김수영의 <풀>을 읊더라는 것. 놀람과 반가움으로 “시를 좋아하세요?” 묻는 시인의 물음에 30편쯤 왼다고 하면서 운전석 곁에 놓여진, 손으로 또박또박 필사한 노트를 수줍게 보여주더란다. 그리고 다음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일이 고단해서인지 기억력이 쇠한 탓인지 자주 외지 않으면 곧 잊어버려서 외고 또 외지요.”


하루하루 고단하게 사는 택시기사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시암송에 공을 들이며 사는 모습이 내겐 참으로 아름답고 존경스럽게 보였다. 기억력을 탓하며 시암송의 세계에 한 발짝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시인은 이 시암송 택시기사를 만난 후 전주가 새삼 격조 높은 문화도시로 느껴졌다고 한다. “시를 외는 기사가 모는 택시가 어느 거리를 신나게 구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고 그는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