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샘터에서 펴낸 권영민 교수(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의 수필집을 읽었다. 우선 <너와 나 사이의 詩>라는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글을 읽으면서 그가 문학연구가로서 보다는 순수한 애독자로서 시를 아끼고 좋아하는 분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이 시집을 늘 곁에 두고 읽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권하고 아내에게도 가려뽑은 시의 낭송을 권한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 초빙교수로 나갈 때는 아끼며 읽던 시집을 백여 권이나 짐 속에 챙겨 가지고 갔었다고 한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시집을 권하고, 종강 때는 한 달에 한 권의 시집 읽기를 숙제로 내준다고 했다.
그는 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가 좋아서 흥이 날 때도 기분이 언짢을 때도 이 시를 웅얼거리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렇게 한 번 읊고 보면 마음 속 깊이 물결처럼 평화가 스며 든다”고 고백한다.
난 권교수의 고백을 읽으며 ‘짧은 서정시 한 편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힘이 있는가’ 하고 놀라면서 시암송의 힘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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