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돌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시렵니까?
'암송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의 몸짓 - 김호길 (0) | 2010.07.30 |
---|---|
생가 - 인병선 (0) | 2010.07.26 |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0) | 2010.07.21 |
벌새가 사는 법 (0) | 2010.07.21 |
80년대 - 이시영 (0) | 2010.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