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日日新 2010. 7. 21. 20:03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쿡쿡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 묵거라 아이엠에 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부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 저도 못하고 그러냐안.


쑥 한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면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 1연으로 된 시입니다. 읽기 편하게 임의로 몇 연으로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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