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나무1 (신경림)

日日新 2010. 5. 17. 05:44

나무1 


-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나무가 꽃 피고 열매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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