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당 옆
- 이상옥
새벽이다
하늘은 사자, 아니 공룡,
뭐라 말을 하시는데
나는 사소한 생각에 가득 차
알아듣지 못한다
저녁 무렵
무화과를 따먹고
우물물을 길어 잎이며 줄기, 뿌리에
주었더니
지금 무색하게 비가 온다
이 년 전에 심은 무화과나무
기특하게
주렁주렁
지난주에 잠시 들러 듬뿍 따먹었는데
그새 또 붉은 빛을 드러내는,
먼 나라의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와 사뭇 다른
시골집의 요녀석은
하늘 은총을 듬뿍 받고 섰다
* 이상옥 / 1957년생. 1989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월간 [시문학], [시와 상상], 웹진[Blub Note] 편집위원.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시집 <하얀 감꽃이 피던 날>,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 <유리그릇>, <환승역에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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