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교회당 옆 (이상옥)

日日新 2010. 5. 9. 16:36

교회당 옆


- 이상옥


새벽이다

하늘은 사자, 아니 공룡,

뭐라 말을 하시는데

나는 사소한 생각에 가득 차

알아듣지 못한다

저녁 무렵

무화과를 따먹고

우물물을 길어 잎이며 줄기, 뿌리에

주었더니

지금 무색하게 비가 온다

이 년 전에 심은 무화과나무

기특하게

주렁주렁

지난주에 잠시 들러 듬뿍 따먹었는데

그새 또 붉은 빛을 드러내는,

먼 나라의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와 사뭇 다른

시골집의 요녀석은

하늘 은총을 듬뿍 받고 섰다

 

 * 이상옥 / 1957년생. 1989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월간 [시문학], [시와 상상], 웹진[Blub Note] 편집위원.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시집 <하얀 감꽃이 피던 날>,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 <유리그릇>, <환승역에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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