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웃음과 기쁨시 모음

어느날 문득 (김후란)

日日新 2010. 4. 29. 18:44

어느날 문득


- 김후란


어느날 문득

가슴 명치끝을 찌르는

생각 한가닥

담을 헐자 서로를 옭아맨 담을 헐자

이웃끼리 높은 담으로

세상을 절반쯤 눈 감고 사는

이 허망한 삶

담을 헐고 감나무든 대추나무든

아니 사철 푸른 상록수 심어

아침마다 환한 웃음

깨끗한 눈빛이 되자

우리들의 짧은 생

눈 가리고 달리지 않기로 하자

광망한 우주 한 끝에 서서

오늘 명치끝이 아프다


* 김후란 / 1934년 서울 생. 서울대 가정과 중태. <현대문학>에 시 ‘오늘을 위한 노래’ 외 2편이 추천되어 등단. 2004년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제14회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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