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웃는다
- 김광렬
오름 오르는 나에게
길게 하품하며 소가 웃는다
너는 늘어지게 풀을 뜯어본 일이 없지
게으르게 풍경을 즐겨본 일도 없지
느긋함이 아름다움인 줄 모르지
오자마자 한번 쓱 훑어보고는 떠나는 인간
차를 타고 뿌옇게 먼지 일으키며 와서는
쫓기듯 부랴부랴 되돌아가는 인간
목을 빳빳이 세우고 가슴은 새처럼 떨며
마음은 늘 세속에 갇힌 속물
그렇지, 맞지
입 걸쭉하게 하품 궁굴리며
세상 일 잊은 듯 선한 눈을 뜨고
소가, 풀잎 속에서
한없이 느릿느릿 웃는다
* 김광렬 / 1954년 제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8년 창작과비평 복간호에 「별」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옴. 현재 '경작지대' 동인 '깨어있음의 시'동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제주시 신성여고 교사. 시집 <가을의 시> <희미한 등불만 있으면 좋으리> <풀잎들의 부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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