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시인의 시사랑
‘조태일 전집’을 창비 백낙청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받을 때는 떨리는 마음과 긴장된 마음, 기쁜 마음과 고마운 마음, 울고 싶은 마음들이 누선을 자극하기도 했었다.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데 작품만 살아 한 묶음으로 다시 오는구나’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던 것이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시인’지(誌)를 만들기에 몰두하고 열정을 쏟고 있을 때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돈을 벌려고 하면 얼마든지 벌 수 있다. 식구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돈을 벌기 보다는 시를 쓰겠다. 돈은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벌 수 있지만 시는 아무나 못 쓴다. 나는 광부가 탄을 캐고, 보석을 캐내듯이 아름다운 우리 모국어를 캐낼 것이다. 그러니 돈에 대한 기대나 애착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고, 바라지도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는 당부 아닌 선전포고를 했다.
그때 나는 “시를 쓰는 것도 좋고, 시인지(誌) 만드는 것도 좋지만 먹고 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진정순, 조태일 시인 부인) <시와 시학 2010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