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우정
민권 변호사의 효시라면 돌아가신 황인철 변호사와 홍성우 변호사 두 분입니다. 이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김지하씨의 면회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면회를 갈 때마다 김지하씨가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이문구한테 전해라. 제발 반정부 활동이니 반체제 활동이니 민주화 운동이니 좀 하지 말아라. 이문구는 글만 쓰라고 해라. 나는 ‘관촌수필’보고 여러 번 울었다.” 변호사가 갔다 오면 나를 불러서 김지하가 한 말을 전해주곤 했습니다.
나는 오히려 더 뛰어다녔습니다. 그보다 더한 뜨거운 우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친구를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김지하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상이 불온한 건 아닌가, 근본적으로 삐딱한 건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는데, 나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온몸이 떨렸어요. 그 감동의 이유는 딱 한 가지,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예술가로구나 하는 거였지요.
시인이 시를 이해하기는 쉽고 소설가가 소설을 이해하기는 쉽지만, 시인이 소설을 읽고 저렇게 할 정도면 시인 김지하란 그야말로 예술의 화신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김지하에 대한 우정이라든지 애정이라든지 신뢰가 굉장히 깊어졌습니다. (이문구, 소설가) <나의 문학 이야기,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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