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어르신의 시사랑
시낭송반을 맡은 이후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분들 중의 한 분이 조병기 선생님이시다. 광주 YWCA 신협이사장을 역임하시고 지금은 명예이사로 계신다.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계시는 걸 보며 내면이 아름다운 분일 거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첫 강의 이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들어주신다. 시암송타임 땐 종종 나오셔서 암송을 해주셨다. 지금까지 12편 외웠다고 하셨다.
며칠 전에 선생님의 메일을 받았다. 나에 대한 격려의 말씀과 시 100편 암송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내 부족한 말씀을 이렇게 온몸으로 받아들이시다니!’ 나는 무척 감동했다. 시를 사랑하는 분들과 선생님의 메일을 나누고 싶었다. 고맙게도 승낙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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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선생님께 드립니다.
항상 시간에 쫓겨 바쁘기만 했던 지난날에서 여유가 생기는 한가로움도 잠시, 지루하고 무미한 나날에 어찌 그리 밤잠은 괴롭히는지... 정확하게 세시만 되면 잠이 깨어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책도 들여다보다가 기도도 해 보았다가... 별별짓을 다 해보는 괴롭고 짜증나는 시간들이었는데, 어쩌다가 詩낭송반에 등록을 하게 되고 문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저의 삶의 모양새가 너무도 달라져서 이렇게 기쁜 나날의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전신마취로 세 번의 큰수술을 받은 후유증으로 잊음이 많아져서 어떤 땐 옆에 있는 친구에게 우리집 전화번호 몇번이지 하고 묻곤 하던 제가 감히 詩를 외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는데 새싹이 돋듯, 어린 쎄라복 시절의 소녀로 되돌아 온듯 망서렸던 詩들이 외어지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즐거움에 훨훨 하늘을 나르는 기분입니다.
문화인 행세를 하려면 적어도 100편의 시암송을 해야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 잊지 않고 노력 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아야 될지 모르겠으나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까지 부끄러움 없이 파릇하게 살면서 시암송의 풍요로운 희열속에 나날들을 보내겠습니다. 이 시간 주신 하느님과 문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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