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가장 따뜻한 손

日日新 2009. 7. 28. 22:39

가장 따뜻한 손


젊어서 남편을 잃은 부인이 있었다. 여러 차례 재혼 기회가 있었지만 그녀는 모두 뿌리쳤다. 사십여 년이 흘러 그녀는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낸 할머니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를 잘 알고 지내던 작가가 젊었을 때 왜 재혼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을 배신할 수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작가가 말했다. “재혼이 남편에 대한 배신은 아니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만 저는 돌아가신 그분을 잊지 못할 뿐이에요.” “왜요? 남편의 어떤 점이 그토록 잊지 못하게 했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우리 부부는 시골에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좀 더 나은 생활을 해 보려고 서울로 오게 되었지요. 우린 꼬박 여섯 시간 동안 열차를 탔습니다. 남편은 그 여섯 시간 내내 제 손을 꼭 붙들고 있었어요. 식사하고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손을 놓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제 손이 저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했어요. 저는 이 양반이 왜 이러나 싶어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남편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우리는 서울에 가서 잘살아야 한다면서, 나를 반드시 행복하게 해 주겠다면서, 잡은 손에 더욱더 힘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을 마쳤다.


“단지 그것뿐이에요. 그분이 그토록 깊은 정을 담아 꼬옥 쥐었던 제 손을 다른 남자에게 줄 수 없었어요. 지금도 저는 제 손에서 그분의 체온을 느껴요. 그것이 저를 평생토록 지켜주었던 거예요.” (김정빈, 수필가) <행복은 따뜻한 마음에 온다, 동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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