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日日新 2009. 7. 21. 19:17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나는 아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직업은 책을 쓰는 것이고 남은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농담을 하곤 하지요. 모르는 일이 있을 때 예를 들어 운전을 새로 배우거나 사진을 찍어야 하거나 베란다에 작은 채소라도 가꾸려고 할 때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보다 책을 주문하는 편입니다. 지난번 어떤 방송에서 책을 정의해 달라기에, 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더니, 그 방송 진행자가 그 뒤로도 내내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취재를 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편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힘들어하는 성격도 있지만 가고오는 거리, 처음 만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도 쑥스럽고, 차 값이나 밥 값도 내야 하고, 뭐 이런 점들을 일거에 해결해주는 것이 책인 셈이지요. 그렇다고 책이 제게 그런 실용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뭐랄까, 한가한 시간 - 요즘 제게는 그런 시간이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맞지만 - 에 침대나 편안한 소파, 혹은 다리를 길게 뻗을 수 있는 의자 옆에 내가 좋아하는 책을 잔뜩 쌓아두고 그 곁에 커피나 녹차, 과자나 사과 혹은 오징어 같은 것을 놓는 장면,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여름이면 시원한 곳에서. 와!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내가 굳이 밥을 안 해도 되고, 보채는 아이도 없는 그곳. 책과 쾌적한 기온과 적당한 먹을거리가 있는 그곳. 제게는 그곳이 천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물론 여기서 사과나 커피 혹은 오징어는 빠져도 되지만 책이 빠지면 천국은 곧 무너지고 맙니다. 책과 제가 그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공지영, 소설가)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황금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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