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 한 편이 오래 잊히지 않는다. 6.25 동란 중 추운 겨울 피난 열차 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려는 사람들로 열차는 초만원을 이루었다. 매서운 날씨에 제대로 먹지도 못해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때 누군가 축음기를 꺼내 음반을 올려놓았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던 열차 안은 조금씩 잠잠해지더니 모두들 감미로운 선율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곡이 다 끝나자 노인 한 분이 부탁한다. " 여보시우, 젊은이! 그거 한 번 더 들려줄 수 있겠소?"
허영자 님의 '자수'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좋은 음악이나, 자수처럼, 시도 우리 마음을 가라앉히는 '조용한 힘'이 있다. 문명의 소음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지구촌의 사건 사고 소식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마음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이즈음, 우리를 평화의 푸른 초원으로 이끌어주는 좋은 시 한 편이 더욱 소중히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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