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日日新 2009. 5. 23. 22:46

 

서양인들은 죽음을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한국인들은 죽음을 멀리 떠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진도에서 여자 상여꾼들이 부르던 만가는 떠남을 전송하는 것이라 한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나이 탓인지 상여 행렬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마 죽음이라는 것이 삶의 한 형태이자 연장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됐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날 상여를 타고 멀리 떠나간 사람은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어떤 말을 남겼을까? 우리는 가끔 삶을 마무리하는 유언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젠가 월간지에 실린 각계 인사들의 ‘미리 쓰는 나의 유언장’을 읽어본 적이 있다. 각자의 삶의 모습이 다른 만큼 다른 뜻과 지혜를 담고 있었다. 유언장에는 장례 문제나 재산정리 그리고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죽은 뒤에는 재를 부모님 묘가 있는 산에 훨훨 뿌려주었으면, 그리고 잊혀졌으면 한다” 는 요지의 유언을 비롯해 “얼마간의 돈이 남으면 어린이들의 장학기금으로 남기고 싶으며 이것을 본 어린이들이 남을 위해 무엇을 도와주거나 나눠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사후에 장기나 시신을 기증하고 싶다”. 그리고 “예술품과 재산을 사회공익단체에 기증하고 싶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또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성서의 말씀을 남기는가 하면 세상을 사는 지혜로서 “보증을 서지 말 것과 주식투자에 손대지 말 것”을 당부한 유언도 있었다.


생전에 유언을 준비한다는 것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을 좀더 진실하게 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강남,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축복,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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