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나 해당화가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으나, 칡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농촌 출신 중에도 많지 않다. 들국화나 해당화의 아름다움은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도 띄기 쉬우나, 작고 드문드문 피는 칡꽃은 무성한 덩굴과 잎에 묻혀서 무관심한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라색의 그 작은 모습이 매우 귀엽고 묘하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한다.
들판이나 산기슭에 앉아서 자세히 살펴보면, 잔디나 바랭이 따위의 억센 풀 사이에 아주 작고 연약한 풀들이 숨어서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름 모를 작은 식물들도 대개는 꽃을 피운다. 어두운 눈에는 잘 뜨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꽃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생김새와 빛깔이 아주 신비로울 정도로 오묘함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경우도 간혹 비슷한 예를 보는 수가 있다. 평소 멀리서 바라보고 대수롭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 왔으나, 어떤 계기에서 자세히 보고, 훌륭한 인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흔히 ‘진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억새풀이나 바랭이 그늘에 숨어서 피는 작은 들꽃처럼 사람도 진국은 화려한 인물들의 그늘에 묻혀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대개 세상의 뒷구석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의 알뜰한 사랑을 받으며 조용히 살아간다. (김태길, 전 서울대 명예교수) <초대,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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