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나무가 바람을 (최정례)

日日新 2009. 3. 13. 19:50
 

나무가 바람을


- 최정례



나무가 바람을 당긴다

이 끈을 놓아

이 끈을 놓아

끌려가는 자세로 오히려

나무가 바람을 끌어당길 때

사실 나무는 즐겁다

그 팽팽함이


바람에 놓여난 듯

가벼운 흔들림

때론 고요한 정적

상처의 틈에 새 잎 함께 재우며

나무는 바람을 놓치지 않고

슬며시 당겨 재우고 있다


세상 저편의 바람에게까지

팽팽한 끈 놓지 않고


* 최정례 / 1955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데뷔. 시집으로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붉은 밭’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수상.

'암송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채밭에서 (이지엽)  (0) 2009.03.16
농담 (유하)  (0) 2009.03.15
채와 북 사이, 동백진다 (문인수)  (0) 2009.03.12
무명도 (이생진)  (0) 2009.03.11
봄비 (이수복)  (0) 200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