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받고 싶은 어른(81세) 한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채널 초대손님으로 나온 장인순 박사입니다. 이분은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항공대 초대총장을 역임한 김호길 박사가 과학자 중에서 시를 가장 많이 외운 분이라면 장 박사는 시를 가장 많이 읽는 과학자입니다. 그의 연구실에는 책이 많이 보였습니다. 2005년 원자력연구소장 퇴임 후 3천 권쯤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그 중엔 인문학 책이 많은데 시집도 1600여 권 모았다고 합니다. 그가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학 중 영시(英詩)를 만나게 된 후라고 합니다. 영시엔 용기와 위로를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시구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가 예로 든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등입니다.
몇 년 전에 백 권의 한국 명시 100선이 출간 되었는데 그는 그걸 전부 구입해서 읽을 정도로 시 애호가입니다. 그는 “한 권의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 한 편만 찾아도 본전을 뽑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시인을 “아름다운 언어를 찾아다니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시인은 배가 고파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순수하고 멋쟁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유안진 시인의 다음 글에 공감합니다. “손발이 시리면 일기를 쓰고, 무릎이 시리면 편지를 쓰고, 이 작은 가슴이 시릴 때 시를 쓴다.” 그는 지역의 문학단체와도 교류하면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애씁니다.
장 박사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각별합니다. 유학을 떠나기 전날 평소 말이 없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태극기 한 장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는 이 태극기가 그의 유학 생활을 지탱해주었다고 고백합니다. 유학 중 실험실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었을 때도 어머니와 태극기를 생각하며 무서운 시련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태극기의 위력을 경험한 그는 당신의 자녀들이 유학을 떠날 때 태극기를 선물합니다.
그는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나 정직성의 부족을 지적합니다. 정직성이 발전의 밑바탕이고 상장동력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과학자도 정직해야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요즘 교육 부정에 개입한 부모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는 좋은 시를 모으면서 매달 그달의 시를 선정해서 100명쯤의 지인에게 보내는데 무척 고마워한다고 합니다. 그는 류머티슴으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공광규의 ‘손가락 염주’라는 시를 건네며 아내의 수고에 위로와 감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는 15년째 하루 6시간 독서를 하고, 날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출을 감동으로 맞아들이며 6Km 조깅을 합니다.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은 노인이 아닌 ‘건강한 어른’으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의 유일한 기도는 성경과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는 시력을 달라는 것이랍니다. 노년에도 시와 책을 가까이 하고, 이웃과 시를 나누며 건강을 위한 자기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장 박사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조병화 님의 ‘길’입니다. 화자는 나에게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길
조병화 (1921 ~ 2003)
길은 영원한 노스텔지어
너는 어느 길을 가고 있는가
지금쯤
'시암송칼럼 > 시암송칼럼(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전 암송의 기쁨 (0) | 2021.05.27 |
---|---|
읽고 쓰기에 생애를 건 작가 (0) | 2021.05.21 |
비범한 삶이 주는 신선한 충격 (0) | 2021.05.18 |
시수(詩瘦) (0) | 2021.05.07 |
정호승 시인께 (0) | 202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