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본받고 싶은 벗의 삶

日日新 2021. 4. 27. 17:04

연초에 대학 동기의 소개로 회원이 500명쯤 되는 학군장교 단톡방 회원이 되었습니다. 20대 초 몇 년간 동고동락했던 터라 학교가 다르고 만나본 적 없어도 금방 가까워졌습니다. 동기들이 올리는 여러 좋은 글과 정보, 사진과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 동기가 있었습니다. 이선호.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기갑장교로 복무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종합건설회사에 들어가 싱가포르, 중동 등에서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일한 것도 알았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글보다는 종종 자기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립니다. 그의 글에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가 두 권의 책(수필집과 건설경제신문에 연재한 칼럼집)을 출간한 걸 알고 주문을 해서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의 박학다식(博學多識)에 놀랐습니다. 그의 글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유명한 철학자 사상가들의 얘기가 적절히 인용되었습니다. 그의 문장력도 뛰어나 보였습니다. 그는 다름틀림이 아니라고 믿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생각을 대합니다.

그는 좋아하는 등산을 이렇게 예찬합니다. “땀과 열기를 통해서 삶에 찌든 노폐물을 배출하고 걱정과 불안을 날려버린다. 산은 에너지 충전소이며 영혼의 카타르시스다.” 다음은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입니다.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주어 창조적 에너지를 모아 준다. 모든 예술 중에서 인간의 영혼에 가장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는 시간에 대해서 일반적인 시간인 크로노스보다는 의미가 담긴 정신의 시간, 마음의 시간인 카이로스에 더 가치를 둡니다. 그의 행복관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행복한 삶은 크고 화려한 외형보다 작고 소박한 내면에 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조언도 경청할 만합니다. “아무리 친근한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 관계를 더욱 깊게하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그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그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서 그림은 100점짜리이지만 뒷면에 이름을 성의 없이 휘갈겨 썼기 때문에 95점을 준다는 말씀을 듣고 무슨 일이든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혼자 있을 때의 몸가짐을 말하는 신독(愼獨)’과 맹자의 부동심(不動心)’, 현재를 즐겨라는 뜻인 카르페 디엠과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 ‘메멘토 모리를 좌우명처럼 간직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등산과 함께 인문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그는 2주일에 한 권의 책 읽기를 권합니다. 고전에 대해서 그는 고전은 정신근육을 발달시키고 영혼을 감동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그는 시는 농축된 언어로 또 다른 세계의 실체를 깊숙이 아름답게 그려낸 결과물이다. 시에는 사물을 보는 다양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이시영 님의 작별입니다. 바벨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는 장미란 선수에게 보내는 화자의 연민의 시선이 무척 아름답게 보입니다.

 

 

작별

 

이시영 (1949 ~ )

 

끝내 들어올리지 못한 바벨을 내려놓고

그것을 쓰다듬는 장미란의 손길은 아름다웠다

그래, 고맙다 바벨!

그동안 내가 너를 들어올린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힘껏 들어올려주었구나

 

무등일보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연재한 칼럼 '문길섭의 행복한 시암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