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행복의 한 비법(秘法)

日日新 2009. 2. 25. 22:47

 

주로 나이 탓이겠지만, 책을 천천히 읽게 되었고, 거기에 새 즐거움이 생겼다. 시간에 쫓기면서 읽을 때와는 달리 한 구절 한 구절 맛을 보며 읽다 보면 이 책에 이런 재미와 깊이가 있었는가 새삼 놀라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한두 번 훑은 책일수록 더하다.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 읽은 책은 대부분 헛읽은 게 아니냐는 의구감마저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은 자연스레 지금까지 바쁘게 산 것이 대부분 헛산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하게 해준다. 맛도 보지 못하고 삼키기에 바쁜 삶을, 그것도 그만이 외길인 것처럼 쫓기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아니 지금도 몇몇 깨달음의 순간들을 빼고는 그런 게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삶의 자세를 바꾸어야 할 것이 아닌가? 어떻게?


정해진 답은 딱히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자기에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찾아보면 어처구니없이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비법(秘法)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한다면, 가능한 한 속도를 줄이고 순간순간 삶의 맛을 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황동규, 시인)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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