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야기 - 이용악, 김지하 시인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20여년 전 김지하 시인이 술에 취해 술기운으로 인사동 어느 주점의 벽에 휘갈겨 쓴 <그리움>이란 시가 경매에 부쳐졌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시는 함경북도 경성 출신으로 일본 상지(上智) 대학을 졸업하고 '인문평론' 기자로 근무했던 이용악(1914-1971)의 시라고 한다. 그는 일제 치하 민중의 고뇌를 서정적으로 그린 시를 썼다고 한다. 광복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회원으로 활약하다가 군정 당국에 의해 수감됐고, 6.25 때 월북했다고 한다. 이 시는 광복이 되자 함경도 무산 처가에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상경한 그가 1945년 겨울 어느 눈 내리는 밤 가족을 그리워하며 쓴 시라고 한다. 그 시를 아래 적어 본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이 시는 김지하의 선배가 취기 오르면 읊어달라고 하던 시(詩)로서 김지하 시인이 그래서 읊어주면 눈물을 줄줄 흘리던 시라고 한다. 김지하 시인은 벽에 자기가 쓴 시가 경매에 부쳐졌다는 말을 듣고 "내가 쓴 시도 아니고, 술 취해 쓴 건데 경매 부친다니 웃기는구만 하면서 이 시는 이용악 거요" 했다 한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이용악이란 점을 분명히 하자고 하면서 이용악은 진짜 위대한 시인이라고 했다 한다. 미당과 맞먹는 시인이라고 했다 한다. (문명섭 선생이 동생에게 보낸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