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스 - 옥영의 78회 생일에
- 범대순
가파른 산마루 막바지에
쉬면 모터가 꺼져버린다
나는 그것을 옥영에게서 배웠다
산행에 계절이 없는 까닭도 거기 있었다
평생 8월같이 산 생애
모진 세월이 있었고 인생이 있었고
귀한 여자는 게을러야 한다는데
옥영의 손은 너무 예쁜 데가 없었다
그리고 9월 오늘 9월 1일
옥영이 22살 새댁이었을 때
아련한 그 젊음으로 돌아 가보니
아직 뜨거운 기억이 살아 있구나
그대의 흰머리는 푸른 구름같이
바람에 나부끼는 오랜 깃발같이
지팡이를 거부한 너무 굽은 허리는
지금 여기이면서 빛나는 역사이구나
내 어찌 감히 다시 태어나
그대에게 또 아내 되기를 청하리오
무릎 꿇고 두 손 들어 바라노니
그땐 나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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