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프로포스 - 범대순

日日新 2013. 10. 9. 18:58

 

프로포스 - 옥영의 78회 생일에

- 범대순

 

가파른 산마루 막바지에

쉬면 모터가 꺼져버린다

나는 그것을 옥영에게서 배웠다

산행에 계절이 없는 까닭도 거기 있었다

 

평생 8월같이 산 생애

모진 세월이 있었고 인생이 있었고

귀한 여자는 게을러야 한다는데

옥영의 손은 너무 예쁜 데가 없었다

 

그리고 9월 오늘 9월 1일

옥영이 22살 새댁이었을 때

아련한 그 젊음으로 돌아 가보니

아직 뜨거운 기억이 살아 있구나

 

그대의 흰머리는 푸른 구름같이

바람에 나부끼는 오랜 깃발같이

지팡이를 거부한 너무 굽은 허리는

지금 여기이면서 빛나는 역사이구나

 

내 어찌 감히 다시 태어나

그대에게 또 아내 되기를 청하리오

무릎 꿇고 두 손 들어 바라노니

그땐 나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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