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문학의 이해

고은, 시인 (1)

日日新 2012. 12. 26. 20:48

 

(1) 나는 내가 쓴 시를 외우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외우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한 줄입니다. (함께 웃음) “절하고 싶다 저녁 연기 자욱한 저 건너 마을”이라는 시인데, 지금은 우리나라 시골에 가도 고층 아파트가 많이 있어서 옛날 농경사회의 향토적인 정서는 다 깨졌습니다. 시골 사람들도 TV를 대도시와 똑같이 보니까, 정서가 다 도시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농촌에 이제 농민과 농민 의식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근원적으로 수천 년 동안 농경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의 근원정서 속에 있는 유전적인 바탕에는 농업, 농촌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타너스 잎사귀, 은행나무 잎사귀가 떨어지는 것에서 느끼는 도시의 가을정서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도심을 벗어나서 시골을 걸어가면서 그곳에서 잎사귀 떨어진 것, 낱알 떨어진 것, 이삭들을 보면서 우리가 직접 하루를 보내는 경우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고은, 시인) (계속)

'명사들의 시사랑 > 시문학의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춘문예 심사평  (0) 2013.01.02
고은, 시인  (0) 2012.12.28
고형렬, 시인  (0) 2012.12.13
피천득, 수필가  (0) 2012.12.12
김춘수, 시인  (0) 201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