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

김열규, 국문학자

日日新 2012. 12. 19. 17:31

 

 

선생님은 동시나 동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문까지 암기하게 했다. 때로는 교과서에 없는 짧은 글을 두세 번 읽어주시고는 그 자리에서 외우게도 했다. ‘즉흥 외워 읽기’라고 하면 맞을까?

 

 

“외워야 내 글이 돼!” 거듭 강조하시면서 따로 ‘암기 시험’을 치를 정도였으니 그 방면에서 우리 선생님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교과서에 실린 동요나 동시는 물론이고 산문도 암송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동요나 동시는 신났고, 산문은 재미있어 외워 읽기는 여간 흥이 나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중얼중얼 이야기하듯이, 때로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듯이 외워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동요나 동시는 가슴에서 울렁대고 산문은 머리에 찍히는 것이었다. 소리 내어 암송할 때 그 글들은 더 이상 남의 글이 아니라 내 속에서 우러난 나의 글이었다. “외우면 내 글이 된다.” (김열규, 국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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